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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싸움에 대박터진 베트남, 권력구도가 요동치고 있네요.
한국인 필수 관광 코스 다낭
초코파이를 한해 1천억 원어치를 소비하고, 롯데리아 매장이 270개나 있는 나라죠. 20여만 명의 한국인이 살고, 지난해 한국에 가장 많은 무역 흑자를 안겨준 나라입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이 일본보다 먼저 그리고 광범위하게 시장을 선점한 나라가 베트남입니다. 일본이 먼저왔지만 우리나라가 더 광범위하게 선점을 했다고 하네요. 대한민국이 베트남 GDP에 1/4을 담당한다고 하네요. 태국만 해도 방문 외국인 중 한국인 비중이 5위쯤 되는데, 지난해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중에서는 한국인 비중이 제일 높습니다. 한국인의 필수 코스 '다낭'은 언젠가부터 '경기도 다낭시'로 불립니다.
미중 갈등 속 세계 공장 베트남으로
미·중 갈등이 가속화되면서 세계의 공장들이 베트남으로 몰려듭니다. 고래 싸움에 대박 났습니다. 애플마저 5월부터 맥북을 베트남에서 생산합니다. DELL과 HP까지 베트남으로 갈 태세입니다. 상당수 중국 기업들도 (미국 관세장벽을 뚫기 위해) 베트남으로 이동 중입니다. 투자가 밀려들고 수출이 늘면서, 베트남 경제가 쑥쑥 자랍니다. 지난해 또 8%나 성장했고, 근로자 임금은 평균 16%나 급등했습니다(인사이드 비나/베트남 통계총국 인용).
베트남은 중국을 대신할 글로벌 생산기지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미 교역량에서 영국을 제치고 7위로 올라섰습니다. 전자제품 등을 만들어 수출하려면 반도체나 평판디스플레이에서 센서나 철강 등을 수입해야 하는데, 한국이 이런 거 제일 잘 만듭니다. 지난해 한국은 베트남에 609억 달러를 수출했습니다. 한국의 대 미국 수출액(1,098억 달러)의 절반을 넘었고, 대 일본 수출액(306억 달러)의 2배에 달합니다. 반면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할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보니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매우 큽니다. 지난해 대 베트남 무역의 흑자 규모는 342억 달러, 지난해 한국이 무역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벌어온 나라는 중국이나 미국이 아니고 베트남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14년 만에 낯선 무역수지 적자를 경험했는데, 그나마 베트남이 적자를 크게 줄여줬습니다. (산업부 연간수출입 동향 /잠정)
베트남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들의 수출
베트남의 수출은 사실은 '베트남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들의 수출'입니다. 제조 강국으로 발전 할 수 있을까요. 지난 86년 도이머이(쇄신)를 기치로 문을 연 베트남 경제는 이후 40배가량 성장했습니다. 여전히 사회주의 간판을 달고 있지만, 토지의 소유를 사실상 인정하고 국유기업을 크게 줄였습니다. 빈(Vin)그룹, 비엣젯(VietJet)같은 토종 대기업들이 쑥쑥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공산당 1당이 지배하고 민주화는 저 멀리 있습니다. 직선제라며 국회의원 500명을 국민이 선출하지만, 후보는 사실상 공산당 하부조직이 정해줍니다. 아직도 헌법에는 논란이지만 '국가가 경제를 주도한다'는 조항이 새겨져 있습니다. 정치 거버넌스가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언제든 경제의 무게추가 시장에서 국가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사회주의 국가인데요, 최근에 부패 척결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습니다. 부패 척결이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보통 권력투쟁이나 내부 갈등이 생각나는데, 베트남의 경우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베트남의 부패 척결은 코로나19 특별입국 비리 수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베트남은 입국을 봉쇄했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입국이 필요한 사람들이 비싼 돈을 주고 특별입국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안 당국이 수사를 확대하니까 고위급 인사들이 연루되어 있더라고요. 보건부 장관이나 외교부 차관, 주일 대사 등이 소환되거나 면직되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인자인 응우옌 쑤언 푹 주석이 사임한 것입니다. 푹 주석은 부패 척결의 선두주자였는데요, 자신의 라인으로 알려진 2명의 부총리가 비리에 연루되면서 자신도 부패 척결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당 중앙집행위에서 해임안을 의결하고 사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패 척결을 주도한 사람은 바로 최고 권력자인 응우옌 푸 쫑 당 서기장입니다. 쫑 서기장은 부패 척결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 부패 척결은 사회경제적 발전과 정치적 안정에 도움이 되며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권력이 체계적으로 통제돼야 하며,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는 사람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베트남의 부패 척결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권력 서열 1위인 서기장을 중심으로 국가주석, 총리, 국회의장이 권력을 분점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권력이 분산되어 있으면 부패를 방지하거나 처벌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쫑 서기장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부패를 척결하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베트남의 정치적 안정성과 경제성장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습니다.
2인자 '푹' 주석의 사임이후 권력 서열 3위인 '팜 민 찐'총리도 비리 연루설이 이어집니다. 권력서열 2, 3위가 낙마하게 되면, 분권형 의사결정 시스템을 갖고 있던 베트남의 권력이 '응우옌 푸 쫑' 서기장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부패와의 전쟁을 그래서 쫑 서기장의 권력 집중을 위한 '정적 솎아내기'로 보는 시선도 많습니다. 온건 중도로 평가받는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은 베트남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추구합니다. 차근차근 권력을 하나로 모으고 있는 쫑 서기장은 지난해 10월, 역시 권력을 하나로 모은 시진핑 주석을 만나 '중국-베트남 전면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의 강화'에 합의했습니다(베트남은 지독하게 중국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반면 사임한 2인자 '응우옌 쑤언 푹'은 친 시장주의자로 특히 친한파였습니다.
누구는 베트남이 한국처럼 제조 강국이 될 것이라고 하고, 누구는 인건비만 싼 답답한 독재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합니다. 베트남에게 혁신과 성장은 가깝게 있고, 민주화와 부패 척결은 멀리 있습니다. 떠오르는 글로벌 생산 기지의 권력 구도가 요동친다. 우리는 베트남 경제에 잔뜩 투자해놨다. 부패 척결이든 권력 구도 재편이든, 잘못되면 가장 손해 보는 나라는 한국입니다. IMF에서 베트남은 올해 6.2%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한국은 누적 기준 베트남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서 건수와 액수 모두에서 1위 국가입니다. 베트남에는 현재 9천여 개의 우리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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