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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이 차량 폭발로 숨졌습니다. 우크라이나는 개입설을 부인했지만 러시아의 친정부 극우세력들은 우크라이나의 테러 공격이라고 주장하며 보복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최근 양측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이번 사건이 전쟁을 격화시킬 새로운 발화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전날 오후 9시경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29)가 숨진 차량 폭발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러시아 수사당국은 두기나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고속도로를 운전하던 중 차량 내부에 설치된 폭탄이 터지면서 현장에서 사망했다고 밝혔습다. 당국은 이 사건을 계획된 범행에 따른 살해 사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두긴과 두기나는 모스크바 교외에서 열린 보수단체 행사에 참석한 뒤 차에 따로 타 집으로 이동하던 것으로 전해졌습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사고 차량이 화재에 휩싸인 가운데 양손으로 머리를 감싼 두긴의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두긴은 지난 수년 동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해 영토를 확장해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러시아의 극우 사상가입니다. 푸틴의 러시아 침공에 이념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푸틴의 브레인, 푸틴의 정치적 스승으로도 불립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배후설을 일축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21일 오전 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어제의 폭발과 관련이 없다"면서 "우리는 러시아 같은 범죄국가가 아니며 테러국가도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마리아 자하로바는 텔레그램 채널에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배후라면 국가테러 혐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신은 이 사건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칠 파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건이 새로운 발화점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그래도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병합해 점령 중인 크름반도(크림반도)에서 러시아군 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 공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전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립기념일인 24일을 전후로 러시아의 공격이 거세질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대형 모임이 공격 타깃이 될 것을 우려해 어떤 행사도 열지 않을 예정입니다. 러시아 공세가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 주지사는 독립기념일 전날인 23일부터 36시간 통행금지령도 발령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최고 외교관은 이번 전쟁이 평화협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없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제네바 유엔 주재 러시아 상임대표 겐나디 가틸로프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제 외교적 접촉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면서 "갈등이 계속될수록 외교적 해결은 어려워질 것이다. 앞으로 갈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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