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또 다시 연고점을 경신하며 1345원마저 뚫었습니다. 외환당국이 두 달만에 공식적인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상승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추세적인 상승세를 막을 순 없다며 달러당 1400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7원 오른 1345.5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전일 13년4개월 만에 1330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하루 만에 1340원대에 안착한 것입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을 경신하며 1341.8원에서 상승 출발한 뒤 오름폭을 확대했습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환율 변동성에 대해 우려한 뒤, 외환당국이 공식 구두개입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주춤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날 오전 9시께 윤석열 대통령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30분이 채 되지 않아 외환당국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은 6월 13일 이후 두 달여만입니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하락 전환하며 상승세가 누그러지는 모습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위안화 약세, 외국인의 매도세 확대가 이어지자 다시 상승했습니다. 장 막판 오름폭을 확대한 원·달러 환율은 1345.5원에 마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과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이 나온 만큼 실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추세적인 상승세를 막을 순 없지만 속도는 조절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만 달러화가 워낙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당국의 역할도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오는 26일 잭슨홀 회의에서 '경제 전망'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시장은 그동안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기대해왔습니다. 그러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연은 총재 등 일부 Fed 인사들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달러화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Fed는 내달부터 월별 양적긴축 규모를 현재 475억달러에서 두 배인 950억달러로 늘릴 계획입니다. 달러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그만큼 달러화 강세는 심화될 전망입니다. 여기에 영국, 독일의 물가쇼크 등 유럽연합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가 약세를 나타내는 점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